AI는 조직의 모든 계층에서 업무 수행 방식은 물론, 업무를 담당하는 주체까지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진의 역할과 리더십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경영진은 AI를 활용해 조직을 새롭게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CIO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IO는 새로운 책임을 맡고 더 높은 기대를 받으면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수년간 이어져 온 CIO 역할의 진화 과정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기술 운영을 책임지는 관리자였던 CIO는 전략적 비즈니스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거쳐, 이제는 조직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테랑 CIO와 연구자, 업계 자문가들은 오늘날 IT 리더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 원칙 6가지와, 이를 대체하게 된 기존 리더십 원칙을 소개했다.
CEO 보고에서 비전 공동 수립으로
기존 원칙: CEO에게 보고한다.
새로운 원칙: CEO와 함께 조직의 미래 비전을 만든다.
기업 경영의 오랜 관행은 CEO가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면 CIO를 비롯한 다른 경영진이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었다.
프로티비티(Protiviti)의 CIO 솔루션 총괄 매니징 디렉터 샤론 스터플비미(Sharon Stufflebeme)는 “이제 CIO는 CEO와 긴밀히 협력해 조직의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함께 그 변화가 현재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조직을 미래에 맞게 전환할 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현실적으로 일어날 변화를 예측해 조직이 어떻게 적응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터플비미는 “이러한 역량은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CIO에게 가장 핵심적인 역량은 아니었다”라며 “하지만 이제 CIO는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창출할 가치와 그에 따른 비용, 위험을 가장 잘 이해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조직의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할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성과 지원에서 미래 설계자로
기존 원칙: 비즈니스 성과를 지원한다.
새로운 원칙: 미래의 조직을 설계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최고경영진은 CIO에게 AI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MIT 슬론 CIO 심포지엄(MIT Sloan CIO Symposium) 집행의장 앨런 테이트(Allan Tate)는 이제 경영진의 기대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CIO가 AI를 활용해 조직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테이트는 “이제 질문은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조직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AI를 책임감 있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CIO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 CIO는 점차 조직 혁신을 설계하는 아키텍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CIO가 불확실성과 긴장을 관리하며 조직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이트는 “CIO는 불확실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라며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하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긴장을 조율하고, 인간의 지능과 AI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조직 구성원도 불확실성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의견에 도달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CIO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더 나은 경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다. 또한 구성원이 위협을 느끼지 않고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신뢰의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테이트는 AI가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CIO는 경영진과 함께 AI 기반 혁신이 만들어낼 새로운 역할과 새로운 기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기술 혁명에서 그랬듯 가장 어려운 일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일이 생겨날지를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 장려에서 심리적 안전으로
기존 원칙: 빨리 실패하라(Fail Fast).
새로운 원칙: 구성원이 안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빨리 실패하라’는 것은 기술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원칙 중 하나였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 IT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서둘러 포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성원이 실패를 안전하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축적해 더 빠른 혁신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분석 장비 및 소프트웨어 기업 워터스(Waters)의 수석부사장 겸 CIO 브룩 콜란젤로(Brook Colangelo)는 글로벌 IT 조직을 운영하면서 ‘간단한 진단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콜란젤로는 “팀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변화에 저항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구성원의 다섯 가지 심리적 욕구 가운데 무엇이 위협받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다”라며 “그 다섯 가지는 지위(Status), 확실성(Certainty), 자율성(Autonomy), 관계성(Relatedness), 공정성(Fairness)이며, 이를 직접적이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은 조직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콜란젤로는 “워터스 IT 조직은 동기 부여와 성장에 관한 신경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운영된다”라며 “성과는 함께 축하하고, 실패는 원인을 분석하며, 그 경험을 팀 전체의 학습 기회로 활용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심리적 위협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오늘날 CIO에게 가장 중요한 리더십 역량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특히 “IT 조직은 본질적으로 구성원이 위협을 느끼기 쉬운 환경이며, AI 시대에는 이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라고 설명했다.
콜란젤로는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의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조직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라며 “IT 리더십 포럼(IT Leadership Forum)을 통해 조직의 리더들이 이러한 행동을 직접 실천하고 이를 조직 전체로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팀 문화에 대한 이러한 투자가 IT 조직이 네 가지 대규모 전략 과제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해당 과제는 ▲인수 기업 통합 ▲인도 글로벌 역량 센터(Global Capability Center) 직원의 정규직 전환(수락률 99%) ▲ERP를 SAP S/4HANA로 전면 전환 ▲조직 전반의 AI 혁신을 안전하게 추진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다.
콜란젤로는 “각 프로젝트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라며 “심리적 위협 신호를 공통된 언어로 이해하면 무엇이 조직의 속도를 늦추고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고,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를 아는 CIO로
기존 원칙: 비즈니스 전문가와 협업한다.
새로운 원칙: 비즈니스 전문가가 된다.
CIO는 오래전부터 기술만 알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각 사업 부문의 담당자와 협력하며 비즈니스의 문제점과 현안을 파악하고, 다른 경영진과 함께 사업 부문별 목표와 전략을 이해하는 데 힘써왔다.
하지만 이제 CIO는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고 리더십 자문 및 임원 채용 전문 기업 위트키퍼(WittKieffer)의 IT·디지털 리더십 부문 총괄 파트너 제프 스터먼(Jeff Sturman)은 말했다. CIO가 최고운영책임자(COO)처럼 조직 운영 전반을 이해하는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터먼은 “이제 CIO는 전략, 운영, 고객 경험 등 조직의 모든 활동이 만나는 중심에 서 있다”라며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IO는 여전히 기술과 보안, 그리고 AI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COO처럼 조직 운영 전반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IT 리더의 손길이 닿지 않는 비즈니스 영역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 CIO라면 사업 운영뿐 아니라 규제 요건, 임상 운영 등 다양한 영역까지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물론 다른 경영진도 비즈니스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AI 도입을 IT 조직이 주도하면서 업무 자동화와 업무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CIO는 다른 경영진보다 조직 전체의 운영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를 더욱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스터먼은 강조했다.
그는 아직 모든 CIO가 이러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점점 더 많은 IT 리더가 조직 운영 전반을 한눈에 조망하는 이른바 ‘파노라마식 시각(panoramic view)’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무를 아는 CIO에서 CFO형 CIO로
기존 원칙: 조직의 재무를 충분히 이해한다.
새로운 원칙: CFO처럼 사고한다.
레드햇의 수석부사장 겸 CIO 마르코 빌(Marco Bill)은 많은 CIO와 마찬가지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재무 분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AI 투자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성능 저하 없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빌과 그의 팀은 각 워크로드를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운영하는 것이 유리한지,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적합한지, 아니면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인지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 워크로드를 온프레미스 환경으로 이전해 2,000만 달러 이상(약 301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이러한 의사결정은 모두 재무 분석을 기반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빌은 “이러한 계산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스터플비미 역시 AI 프로젝트가 확대되면서 CIO가 재무 분야에 더욱 깊이 관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CEO와 이사회가 AI 투자에 대해 정량적으로 입증 가능한 투자수익률(ROI)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IT는 조직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어떤 투자가 ROI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재무적 역량도 갖춰야 한다”라며 “이제 CIO는 어디에서 가치가 발생하고 어떤 비용이 수반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원래도 중요했지만 AI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다.
스터플비미는 지금까지 AI 투자에서 충분한 ROI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실패한 AI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의 인내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회와 CEO는 가치가 어떻게 창출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며, 실제로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CIO를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AI 에이전트가 일부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게 되면 비용 구조 역시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터플비미는 “에이전트가 비용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 구조는 바꾼다”라며 “따라서 CIO는 이러한 새로운 역량의 총소유비용(TCO)을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에도 적용된다. CIO는 협력사로부터 얻는 가치가 지불하는 비용보다 큰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리더가 아닌 팀원에 맞춰라
기존 원칙: 직원이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맞추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원칙: 팀원에게 맞춰 리더십 스타일을 바꾼다.
전략 기술 컨설팅 기업 태펫 어소시에이츠(Taffet Associates)의 매니징 파트너 겸 CIO 그레그 태펫(Greg Taffet)은 이제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과 조직 구성원과 소통하는 방식을 팀원에게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펫은 “전 세계 곳곳에 팀원이 있는 만큼 예전처럼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마주하며 일하던 시절과는 관리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리더로서 구성원이 어떤 방식과 환경에서 가장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완전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 비동기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원하는 사람도 있으며, 정해진 일정에 맞춰 사무실에서 근무하거나 원격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태펫은 “사람마다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조건은 모두 다르다”라며 “모든 사람이 재택근무에서 높은 생산성을 내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모두가 항상 사무실 근무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문화적 배경이나 개인적 특성이 서로 다른 리더십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펫은 “학교에서 학생의 학습 방식이 시각형인지, 청각형인지, 체험형인지에 따라 수업 방식을 달리하듯, 이제 리더십도 구성원 개개인에게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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