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중개 기업 트루코디아(Trucordia)의 CIO 라지브 칸나가 추진하는 전략 과제는 대부분의 CIO가 꼽는 우선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에서도 조직 전반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자리하고 있다.
다만 칸나는 사이버 보안, 데이터 및 분석 프로젝트, 혁신 활동 역시 핵심 전략 과제로 꼽으며 “이 모든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과제 가운데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칸나는 어느 분야에서도 획일적인 프로젝트 방식이나 추상적인 목표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대신 자동화와 AI를 활용해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술을 통해 트루코디아 고객의 구체적인 요구를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루고 성장을 이끌고 있다.
칸나는 “기술은 비즈니스 혁신과 서비스 제공 속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칸나가 설정한 전략적 우선순위와 그 목표는 CIO.com의 ‘2026 CIO 현황(State of the CIO)‘ 조사에서 나타난 오늘날 IT 부문의 핵심 전략 과제와도 일치한다.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 이니셔티브를 묻는 질문에 CIO들은 생성형 AI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에이전틱 AI와 데이터·비즈니스 분석이 뒤를 이었다.
보안·리스크 관리와 IT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가 상위 5대 전략 과제를 완성했다.
반면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클라우드 관리, 클라우드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이전과 같은 전통적인 IT 업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CIO와 경영 자문가, IT 업계 분석가들은 이러한 전략 과제 목록이 기술 리더들의 역할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CIO들이 조직의 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데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반면, 기술적 완성도 자체를 최우선 목표로 두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26 CIO 현황’ 조사 보고서는 “CIO들은 기업 전반의 AI 도입과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IT 아키텍처, 조직 구조, 프로세스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CIO 역할이 운영 지시를 수행하는 관리자에서 조직 혁신을 이끄는 리더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IO들은 AI 도입을 촉진하고 모든 기술 투자에서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비즈니스 리더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026년 CIO들의 시간 활용 방식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조사에 따르면 CIO들은 잠재적인 AI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비즈니스 리더와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AI 추진을 위한 프레임워크와 조직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와 비교하면 IT 공급업체와의 협상, IT 위기 대응, 비용 통제 및 예산 관리에 쓰는 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IO.com / Foundry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역량과 제품 혁신
칸나의 우선순위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AI를 적극 활용해 조직의 차별화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을 위한 새로운 기능과 제품을 더욱 효율적이고 빠르게 개발·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데이터와 분석을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고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 도구에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합해 사용자가 자연어로 데이터를 질의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보안은 항상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사이버 보안은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상시 과제이기 때문이다.
칸나는 “사이버 위협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목표물과 같다”라며 “최신 기술과 위협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동시에 공격자보다 한발 앞서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앞으로도 계속 집중해야 할 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확산이 핵심 목표
메트라이프(MetLife)의 글로벌 CIO 닉 나드가우다 역시 IT 전략 과제를 비즈니스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드가우다는 “현재 CIO로서 가장 중요한 전략 과제는 제한적인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AI를 기업 운영 전반에 내재된 핵심 역량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며 “메트라이프는 AI를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업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AI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업무를 단순화하며 궁극적으로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더 나은 성과를 제공하도록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메트라이프는 사내 통합 AI 플랫폼인 ‘메트IQ(MetIQ)’를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팀들이 보안과 거버넌스가 보장된 환경에서 AI 솔루션을 실험하고 개발·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드가우다는 “메트IQ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데이터, 개인정보, 리스크에 대한 강력한 통제 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메트라이프 IT 조직은 AI를 직원들의 업무 도구와 프로세스에도 통합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가 단순히 사후 분석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 초기 단계부터 지원하는 협업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직원들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에 맞춰 AI 경험과 도구,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나드가우다는 직원들이 AI가 자신의 일상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느낄 때 조직 전반에서 의미 있는 활용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AI는 현재 엔지니어링, 운영, 고객 접점 부서를 포함한 다양한 조직에서 업무 수행 방식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나드가우다는 이러한 변화가 CIO 역할의 진화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과 비즈니스가 완전히 융합된 시대에는 기업 운영 방식 자체를 설계하는 것이 CIO의 역할”이라며 “기업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며,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에이전틱 AI, CIO의 핵심 우선순위로 부상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의 CIO 자나르단 산타남 역시 비즈니스 혁신을 IT의 가장 중요한 전략 과제로 보고 있다. 산타남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에이전틱 AI를 활용하고 있다. ‘2026 CIO 현황’ 조사에서 응답자의 38%는 에이전틱 AI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 이니셔티브로 꼽았다.
산타남은 “가장 중요한 과제는 조직을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로 전환해 업무 수행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이라며 “조직 성장에 필수적인 지속 가능하고 비선형적인 성과 향상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른 CIO들과 마찬가지로 산타남 역시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IT 인프라를 넘어 조직 전체로 시야를 확장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직원 전반에 AI 우선(AI-first) 문화를 정착시키고, 내부 업무 기능과 IT 운영 모델을 ‘에이전트+애플리케이션+인간’이 협력해 지능형 의사결정과 자율 실행을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직원이 AI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데 그치지 않고, 각 구성원과 팀에 자율성을 부여해 생산성을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IT 조직은 비즈니스 부문 전반의 프로세스를 재설계해 원하는 비즈니스 성과를 달성하고 업무 속도를 높이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산타남은 이를 “대규모 기능 플랫폼(Function-as-a-Platform) 구축”이라고 표현했다.
산타남은 AI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안, 개인정보 보호, 규정 준수 역시 핵심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State of the CIO’ 조사에서 확인된 또 다른 주요 전략 과제와도 일치한다.
에이전틱 AI가 CIO 역할의 새로운 평가 기준 만든다
대부분의 기업은 에이전틱 AI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HFS 리서치와 젠팩트(Genpact)가 2026년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경영진의 92%는 에이전틱 AI가 업무 수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기대는 CIO들에게 에이전틱 AI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FTI 컨설팅의 수석 매니징 디렉터 오즈 브랄은 분석했다.
브랄은 “IT는 정해진 통제 범위 안에서 워크플로를 실행하고 실시간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틱 AI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이는 단순히 자동화를 통해 업무 시간을 절감하는 수준을 넘어 매출과 EBITA(이자·세금·상각 전 이익) 증가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CIO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얼마나 빨리 인사이트를 제공하느냐, 즉 ‘타임 투 인텔리전스(Time to Intelligence)’를 얼마나 단축하느냐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I만큼 중요한 것은 IT 기반 다지기
하지만 CIO들이 이러한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FTI 컨설팅의 수석 매니징 디렉터 오즈 브랄은 레거시 기술, 미성숙한 데이터 체계, 그리고 역량 부족이 에이전틱 AI를 비롯한 CIO들의 핵심 전략 과제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CIO들이 기본적인 IT 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우선시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컨설팅 기업 스윙타이드(Swingtide)의 회장 겸 CEO 다이앤 M. 카코는 설명했다.
카코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지금, 가장 중요한 전략 과제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오래된 것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사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와 노후화된 비표준 시스템을 제거해 기술 부채를 줄이는 것은 낭비를 없애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영향력 있는 CIO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반 정비가 이뤄진 이후에야 AI 도입을 위한 올바른 실행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CIO들도 기초 IT 역량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tate of the CIO’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애플리케이션 현대화와 클라우드 관리를 전략 과제로 꼽았으며, 인프라 관리(17%)와 클라우드 인프라(16%)도 주요 우선순위에 포함됐다.
AI와 첨단 기술 프로젝트의 성공이 이러한 기반 기술 역량에 달려 있는 만큼, 위스콘신주 천연자원부(Wisconsin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의 CIO 리키 J. 코이닉은 전략 과제와 비전략 과제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이닉은 “CIO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우선순위는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포장된 과제가 아니라 조직의 모든 활동을 뒷받침하는 요소인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혁신 준비도, 내재화된 사이버보안, 그리고 조직 준비도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이닉은 특히 혁신 준비도가 오늘날 조직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이닉은 “이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자산 관리 현황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거나 특정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고품질의 거버넌스 기반 데이터를 유지하고, 주요 이해관계자 전반에서 협업과 의견 수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시스템과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운영 규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등 기초적인 역량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가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 준비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부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술 환경의 건전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실제 문제 해결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역량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이버보안 역시 더 이상 제약 요소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고 코이닉은 강조했다. 그는 사이버보안이 비즈니스와 IT를 포함한 모든 조직 기능에 내재화된 역량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이닉은 “사이버보안은 조직 전반에 걸쳐 모범 사례와 필수 요구사항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과정”이라며 “이를 제대로 수행하면 사이버보안은 직무와 관계없이 모든 업무 수행 방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직관적이고 선제적인 조직의 근육 기억(muscle memory)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이닉은 변화에 대한 조직의 준비 상태, 즉 조직 준비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이닉은 “문화적으로 변화에 저항하거나 운영적으로 진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환경에서는 혁신이 뿌리내릴 수 없다”며 “리더는 변화를 일시적인 혼란이 아닌 상수로 받아들이는 조직 문화를 의도적으로 조성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인재 전략도 함께 정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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