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는 기업으로?” AI 업체의 매출 증가 전망에 우려도 커져

오픈AI, 앤트로픽, 엔비디아 등 AI 관련 주요 업체가 내놓는 매출 전망치가 기업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동시에, 그 부담이 최종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4년간의 과열 투자 이후, 결국 기업이 고객이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신기술의 고객 단가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지만, 최근 AI ‘골드러시’가 가격 인하를 수년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비용 통제 솔루션 업체 뉴로메트릭AI(NeuroMetric AI)의 COO 캘빈 쿠퍼는 AI 솔루션 업체가 예상하는 기록적 매출을 “누가 떠받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매출이 결국 기업과의 계약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쿠퍼는 “가격 결정권이 솔루션 업체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는 창이 닫히고 있다. AI 발전의 수혜자가 ‘수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기업이 그 매출 기반이 돼 투자 회수에 필요한 수익을 떠받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토큰당 연산 비용은 내려갔지만, AI 솔루션 업체는 에이전트, 추론 연산, LLM에 내장되는 광고 등 새로운 방식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 바 있다.

CIO는 멀지 않은 과거의 사례도 잊지 않아야 하는데, 클라우드 시대에는 단일 클라우드에 대한 비용 불만이 수년간 이어졌다. 쿠퍼는 “AI가 운영 전반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고, 클라우드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선택권을 확보할 시간은 지금”이라며, “업체 종속이 생기고 전환 비용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커지기 전에, 처음부터 ‘옵션’을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가파른 매출 성장

쿠퍼와 같은 비판론자의 우려가 커진 배경에는 주요 AI 업체의 ‘공격적인’ 매출 전망이 있다. 오픈AI가 내년 매출 전망치가 3배나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경쟁사인 앤트로픽은 연간 매출이 140억 달러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엔비디아의 2025년 매출은 1,305억 달러로, 2024년 대비 114% 증가했다. ([NVIDIA Newsroom][2])

AI 투자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2030년이 되기 전에 AI 인프라 지출이 최대 4조 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엔비디아에는 더할 수 없는 호재다. 젠슨 황은 최근에도 AI 프로젝트를 단기 ROI로만 평가하지 말고, ROI가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실험을 지속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ROI를 무시하라”는 취지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라 시장의 야유를 사기도 했다.

매출 전망 ‘경고 신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자문 회사 엘리베이트IQ(ElevatIQ)의 대표 컨설턴트 샘 굽타는 대형 AI 솔루션 업체의 수익 전망이 곧바로 이들 업체를 배제할 사유가 되지는 않지만, 그 함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굽타는 “대체로 공격적인 영업 및 이익 목표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경고 신호”라며 “이런 목표는 영업 조직을 단기 성과 중심으로 몰아가고, 과장된 약속으로 ‘납품’에 실패하면 구매자 쪽이 오히려 책임을 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 AI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있지만, 솔루션 업체가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그전에 큰 폭의 이익을 가져가려 할 수도 있다. 굽타는 “마약상 비유로 말하면, 목표는 기업과 개인을 ‘AI라는 약’에 중독시키는 것”이라며, “AI의 영향력은 확실하지만, 실제 비용이 본격화되면 기업은 ‘장밋빛 기대’가 아니라 현실 비용을 기준으로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언젠가 올 ‘완화’의 신호

AI 구매자에게 그나마 남은 좋은 소식은 굽타는 대형 솔루션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할 이유가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굽타는 “장기적으로는 통합이 진행될 수 있지만, 현재는 초기 도입자 단계라 매일 수백만 개의 기업과 솔루션이 생겨나고 있다”라며, “구매자들이 성숙해지면 과열 곡선도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AI 엣지 컴퓨팅 솔루션 업체 오픈인퍼(OpenInfer)의 CEO 베넘 바스타니도 비용, 데이터 주권 등 고객 우려가 커질수록 새로운 경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또, 더 저렴하게 AI를 운영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새로운 LLM 경쟁자가 ‘빅 플레이어’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스타니는 “변화는 결국 이익률을 낮추고, 동시에 새로운 창의성을 불러온다”라며, “일부 업체는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업체도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서 배우기

소프트웨어 지원 전문 업체 리미니스트리트(Rimini Street)의 EVP 겸 글로벌 CTO 에릭 헬머는 높은 수익 전망 자체가 기업 고객을 겁주거나 특정 솔루션 업체를 회피해야 할 이유는 아니라고 말한다. 헬머는 “메인프레임,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모두 같은 패턴을 따랐다. 막대한 초기 자본 투자, 빠른 엔터프라이즈 채택, 그리고 결국 소수의 승자가 남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 AI 솔루션 업체의 이익 전망이 크다고 해서 도입을 피할 이유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비싼 AI 도구를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엄격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머는 “처음부터 추상화와 거버넌스를 내장해, 치명적인 의존성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이 이번 AI 투자 비용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헬머는 “대부분 기술 사이클에서 장기적으로 가격은 내려간다. AI도 예외가 아니지만, 직선적으로 내려가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AI의 차이는 선투자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라는 점”이라며, “누군가는 그 비용을 내야 하고, 초기 단계에서는 사용량 기반 과금과 장기 약정을 통해 기업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헬머는 CIO가 가격보다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AI가 생산성, 의사결정, 성과를 의미 있게 개선한다면 경제성은 성립한다. 그렇지 않다면, 향후 가격이 내려간다 해도 지금의 지출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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