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AI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환경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다. 그러나 각종 설문조사는 AI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T 업계 밖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온라인 공간을 둘러봐도 비슷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댓글 창에서 AI는 거의 욕설에 가까운 단어가 됐다.
최근 발표된 한 설문조사는 이러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웨덴인 5명 중 1명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을 부끄럽게 느낀다고 답했다. 업무 방식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됐던 기술이 오히려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보면, 직장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주 노동조합 싱크탱크 퓨투리온(Futurion)이 발표한 AI 인식 보고서 역시 기술 낙관론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스웨덴 국민은 AI가 노동시장과 민주주의, 안보 등 거의 모든 영역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해당 조사 결과는 특히 젊은 세대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는 점도 보여준다. 학생 10명 중 6명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신이 가진 지식이 빠르게 구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미래의 직장 생활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올해 4월 미국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AI에 대해 점점 더 큰 분노와 불안을 느끼고 있다. 반면 열정과 낙관론은 약화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AI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유명 졸업식 연설자들에게 학생들이 야유를 보내는 영상이 확산되기도 했다.
동시에 AI 개발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물리적 저항도 나타나고 있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현재는 주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머지않아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현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중요한 단서는 지난해 봄 발표된 스탠퍼드대학교의 AI 관련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AI 전문가와 일반 대중의 AI 인식 차이를 분석했는데, 기술 업계 종사자와 일반 시민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AI 공급업체가 대중의 참여 없이 기술 발전을 주도해 온 데서 비롯됐다. 누군가는 AI를 ‘동의 없이 도입된 기술’이라고 표현했는데, 상당히 정확한 지적이다. AI는 어느새 업무와 여가, 문화, 인간관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사람들이 원하거나 요청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이다. AI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무엇보다 이러한 간극은 AI 기업과 AI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메시지가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정작 AI 업계 사람들은 AI의 위험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AI를 놀라운 기술이라고 홍보한다.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고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AI의 장점으로 무엇이 강조되고 있을까. 물론 많은 사람이 챗GPT를 활용하고 AI로 사진을 보정하는 기능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외에 AI에 대한 기대와 열정의 상당 부분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AI 옹호자와 기업 경영진이 대중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는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지 않는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기업의 수익성이 아니라 자신이 오랜 시간 쌓아온 지식과 전문 역량을 인정받으며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자부심과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급여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은 AI 활용이 자신의 일자리와 전문성을 결국 대체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러한 우려의 상당 부분은 아직 두려움의 영역에 속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AI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소식이 늘어나고 초급 직무가 점점 줄어들면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대 간 인식 차이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링크드인에서 기술에 가장 열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필자를 포함한 X세대 이상이다. 반면 틱톡 댓글 공간에서 만나는 젊은 세대는 훨씬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물론 이는 링크드인 특유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기성세대가 AI를 수십 년 동안 약속돼 온 기술 발전과 미래의 실현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보고 책에서 읽었던 미래가 마침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감각이다. 말 그대로 미래가 도착한 것이다.
반면 젊은 세대에게 AI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청년들은 성장 과정 내내 금융위기와 팬데믹, 그리고 현재의 글로벌 불안정까지 끊임없는 위기를 경험해 왔다. 그리고 현재 그들의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직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고령층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집단 가운데 하나였다. 반면 젊은 세대는 삶의 만족도와 삶의 의미, 경제적 안정성 측면에서 고령층보다 낮은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기대와 낙관론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오픈AI 설립자 샘 알트만이 등장해 그 밝은 미래가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AI는 마케팅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지적이다. 현재 AI를 둘러싼 담론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AI 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과 기업 경영진, 관리자, AI 지지자들 역시 구체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지 못하면서 미래에 대한 신뢰보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명확성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명확성,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명확성, 무엇에 활용해야 하고 무엇에는 활용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성, 우리가 원하는 결과와 원하지 않는 결과에 대한 명확성,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명확성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AI가 미래 사회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그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 미래를 가능한 한 더 밝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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