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연방 차원의 AI 정책 틀 공개…주별 규제 무력화 겨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20일 ‘국가 인공지능 정책 프레임워크: 입법 권고안(National Policy 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Legislative Recommendations)’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최근 각 주(州)가 잇달아 채택하고 있는 AI 안전 중심 청사진과는 결이 다르다. 주 정부의 접근 방식과 달리, AI 거버넌스에 대한 연방 차원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문서에 가깝다.

이번 발표는 의회 내 우군과의 공조 속에 추진됐다. 특히 공화당 소속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이 핵심 역할을 맡았다. 주(州) 규제에 대한 연방 우선권을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기술 고문인 마이클 크라치오스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0개 주가 제각각 운영하는 규제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 AI 프레임워크(정책안)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R스트리트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애덤 시어러는 인터뷰에서 “행정부의 제안은 혁신 친화적인 AI 정책 입법을 위한 합리적인 출발점”이라며 “이제 의회가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현실적인 정책 틀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州)별로 분산된 규제 차단 시도

백악관 정책안의 핵심은 주 단위 규제 체계가 AI 거버넌스의 기본 구조로 자리 잡는 상황을 막는 데 있다.

연방 차원의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각 주 정부는 자체적으로 AI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수록 관련 규정은 점차 굳어지고, 나중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파편화된 규제 체계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진다.

백악관 전략의 중심에는 연방 우선권이 있다. 의회가 주 정부의 AI 관련 법률을 무효화하고, 단일한 국가 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다.

블랙번 상원의원이 발의한 연계 법안은 이 구상을 구체적인 법 조문 형태로 옮긴 것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형성되고 있는 주별 정책을 대체할 단일 연방 규정집을 상정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단순히 규제를 조율하는 수준을 넘어, AI 정책에 대한 1차적 권한을 주 정부에서 박탈하고 이를 워싱턴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교착 상태에 빠진 의회를 겨냥한 전략

의회는 수년간 AI 규제를 둘러싸고 논의를 이어왔지만, 아직 포괄적인 정책 틀을 마련하지 못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이번 제안을 아동 온라인 안전 조치와 결합했다. 아동 보호는 여전히 초당적 합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로 평가된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안은 이른바 ‘4C’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4C는 아동(children), 창작자(creators), 보수 진영(conservatives), 지역사회(communities)를 의미하며, 블랙번 의원의 초안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정책안의 첫 번째 축은 “AI 서비스와 플랫폼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환경과 양육 방식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동에 대한 초점은 안전 확보와 유해 콘텐츠 노출 방지 의무로 구체화된다. 창작자 항목은 AI 시스템이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활용하거나 인간의 외모와 목소리를 모사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보수 진영’을 별도 항목으로 포함한 것은 AI 출력물의 편향성과 표현 검열 논란을 의식한 조치다. 지역사회는 지역 단위 또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광범위한 사회적 파장을 아우르는 범주로 설정됐다.

규제 완화, 그리고 그 파장

전략 문서 전반에서 행정부는 AI 정책이 “최소한의 부담”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규제 강도를 낮춘 ‘가벼운 개입’ 방식을 선호한다는 입장이다.

전략의 한 축은 “미국은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AI 애플리케이션 배치를 가속화하며, 세계적 수준의 AI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테스트 환경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글로벌 AI 경쟁을 선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블랙번 상원의원의 법안은 책임(liability)이 핵심이 되는 체계로의 전환을 제시한다. AI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개발사와 플랫폼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길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이는 집행의 중심을 규제 기관에서 법원으로 옮기는 효과를 낳는다.

책임 중심 체계에서는 세부 기준이 행정 규칙 제정보다는 소송을 통해 형성된다. 그 결과 법적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는 AI 산업 내 기업 집중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수정헌법 제1조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

해당 정책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요소 중 하나는 AI 출력물을 ‘표현’의 한 형태로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행정부는 특히 출력 내용을 수정하거나 제한하도록 요구하는 일부 규제가 수정헌법 제1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전략의 한 축은 “미국의 창작자, 출판사, 혁신가는 자신의 보호받는 콘텐츠를 침해하는 AI 생성 출력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합법적인 혁신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축에서는 “연방 정부는 표현의 자유와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보호를 수호하는 동시에, AI 시스템이 합법적인 정치적 표현이나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거나 검열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문구는 AI 정책을 헌법적 원칙에 근거해 정당화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법원이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일 경우, 허위정보 대응, 편향 완화, 콘텐츠 관리와 같은 영역에서 향후 규제 범위가 상당히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의회가 최대 변수

이번 정책안은 야심찬 구상을 담고 있지만, 실행 여부는 결국 의회에 달려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에도 의회는 분열된 채 더딘 입법 과정을 이어왔다.

행정부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동맹과 공조하며, 집행과 예산을 통해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단독으로는 구속력 있는 국가 단일 기준을 마련하거나 주 법률을 전면적으로 무력화할 수 없다.

의회 내 진보 진영과 민주당은 연방 우선권 도입이나 주(州) AI 입법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연방 차원의 입법이 주 정부의 조치를 차단하기보다는 “가장 위험한 AI 활용을 금지하는 강력한 최소 보호 기준을 설정하고, 동시에 새로운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주 정부가 추가 조치를 취할 권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권한을 덮어쓰는 연방 정책안과 주 권한을 전제로 최소 기준을 구축하려는 접근 사이의 긴장은 워싱턴에서 전개될 AI 정책 논쟁의 다음 국면을 규정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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