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로코 기고 | AI 시대의 마케팅 혁신, 기술보다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에 집중하라

2026년 3월 몰로코가 보스턴컨설팅그룹 (이하 BCG)와 공동으로 발간한 ‘AI 시대, 변화하는 고객 여정과 새로운 기회’ 글로벌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AI 혁신의 핵심은 기술적 진보보다 소비자 행동의 변화에 있다. 단순히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한 것을 넘어, 이 기술을 대하는 소비자의 기대와 활용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비자의 구매 여정은 이미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반면 마케팅 전략과 예산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은 점점 더 분산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몰로코와 BCG의 공동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고, 기업이 AI로 인한 변화 속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지 제언하고자 한다. 

한국 소비자, AI 생태계의 ‘주도적 탐색가’로 부상

이번 공동 보고서 전반에서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AI를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제품 조사부터 대안 평가까지 수행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도구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경향이 드러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한국 시장의 데이터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핵심 도구로 빠르게 받아들이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2025 오픈서베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따르면 한국의 생성형 AI 경험률은 약 51%에 달한다. 이는 미국(29%)이나 일본(15%)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 소비자는 단순히 AI를 많이 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AI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프롬프트를 수정하거나 다른 AI 서비스로 이동해 정보를 교차 검증하는 ‘주도적 탐색가’의 면모를 보인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 사용자의 74.3%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질문을 수정하며 AI를 활용해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AI 활용은 커머스 및 로컬 서비스 전반에서 수치로 증명되고 있기도 하다. 2025년 8월 발표된 네이버 보도자료에 따르면, ‘플레이스 AI 브리핑’ 도입 이후 업체 상세 페이지 클릭률(CTR)이 137%, 예약 및 주문 건수가 약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큐레이션이 소비자 신뢰를 넘어 실질적인 방문과 구매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견부터 구매까지, AI 안에서 이뤄지는 소비자 여정

이처럼 능동적인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는 마케팅의 고전적인 공식마저 바꾸어 놓고 있다. 인지, 고려, 전환으로 이어지던 소비자 여정인 전통적인 마케팅 퍼널은 이제 AI에 의해 급격히 압축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웹사이트를 오가며 정보를 비교하는 긴 탐색 과정을 거쳤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들의 인지 형성 단계부터 최적의 제품을 제안하고, 구매 결정까지 한 번에 이어지도록 단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검색 광고나 웹 기반 디스플레이 광고 같은 전통적 방식은 AI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채널이 된다. AI가 검색 결과 상단에서 정보를 요약해 제공하면서, 사용자가 굳이 개별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몰로코와 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검색의 80%가 클릭 없이 종료되고 있으며 이는 발견과 탐색의 주도권이 이미 AI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제 인프라 기업 애디언(Adyen)의 2025 연간 리테일 보고서에 따르면 APAC 소비자의 63%가 이미 AI를 새로운 브랜드와 경험을 발견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 보도자료에 따르면 AI 브리핑 섹션이 일반 검색 결과보다 클릭률은 27.4%, 체류 시간은 10.4%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가 정보를 평가하는 방식에 AI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브랜드의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 과거의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AI의 답변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환경에서 기업은 어떻게 고객과의 연결을 다시 강화할 수 있을까?

AI로 대체되지 않는 고객 관계 맺기

AI가 모든 정보를 요약하고 추천하는 시대에 브랜드는 자칫 AI 시스템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공급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몰로코와 BCG가 제시하는 해법 중 하나는 AI가 복제하거나 가로챌 수 없는 ‘브랜드와 고객 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AI가 비즈니스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지금, 기업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실행해야 할 3가지 핵심 마케팅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웹(Web) 중심에서 앱(App) 중심으로 채널 믹스를 재편해야 한다. AI 오버뷰가 지배하는 웹 검색 환경은 클릭 없이 정보만 소비되는 ‘제로 클릭(Zero-click)’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반면, 모바일 앱은 브랜드가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온전하게 확보하고 고객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채널이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히 웹 노출 중심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을 자사 앱으로 유입시키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외부 검색을 통해 유입된 고객이 단순히 정보를 보고 떠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앱 다운로드와 회원 가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독자적인 자사 플랫폼 안에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둘째, 플랫폼 안에서 완결되는 AI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정보를 찾기 위해 플랫폼을 이탈하지 않아도 되도록, 플랫폼 안에서 탐색부터 의사결정까지 이어지는 완결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한국 소비자처럼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검증하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자사 플랫폼 내부에서 완결성 있는 AI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AI 기반의 개인화 추천이나 어시스턴트 기능을 통해 고객이 외부 AI 서비스로 이동하지 않고, 플랫폼 안에서 계속 머물고 활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마케팅 관점을 ‘노출’에서 ‘고객 행동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드 파티 데이터 기반의 식별 방식이 점차 한계에 부딪히는 환경 속에서, 가치가 높은 자산은 고객의 실제 행동에서 나타나는 데이터다. 다양한 접점에서 포착되는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머신러닝 모델에 반영해, 이를 다시 최적화된 개인화 경험으로 연결하는 데이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를 갖춘 기업만이 AI가 주도하는 시장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AI가 소비자들의 구매 여정을 압축하고 뒤흔들지라도, 그 여정의 끝에서 브랜드가 맺어야 할 고객과의 직접적인 신뢰 관계는 변치 않는 본질로 남는다. 기술의 변화에 이끌려 다니기 보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변화하는 행동’ 속에 숨겨진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비즈니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고객을 깊이 이해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누가 확보하고 유지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필자 안재균 몰로코 한국 및 일본 지사장은 몰로코의 핵심 사업인 ‘몰로코 애즈(Moloco Ads)’의 국내 및 일본의 비즈니스 성장을 리드하고 있다. 구글 모바일 앱 광고 사업팀의 초기 멤버로서 조직의 기틀을 마련하고 성장을 이끈 테크 베테랑인 안 지사장은 토스(Toss) 프로덕트 리드, 네이버, BCG 등 선도 기업을 거치며 제품 개발 및 비즈니스 혁신 전반에 걸친 폭넓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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