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발표된 오라클의 4분기 실적에 따르면 클라우드 매출이 급성장하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 비용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 대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힐러리 맥슨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고 밝혔다. 맥슨은 이러한 성장세가 AI 워크로드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수요 확대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이미 확보한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내년 자본지출(CAPEX)을 700억 달러(약 105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라클 CEO 마이크 시칠리아는 고객들이 이제 AI를 자사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칠리아는 “고객들은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며 실질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를 원한다. 또한 기존 예산 범위 안에서 이를 신속하게 구현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시칠리아는 이어 기업 운영을 지원하는 에이전트형 AI 서비스 도입 준비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1년 동안 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 제품군 전반에 걸쳐 1,0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제공했다”라며 “이러한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는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서 추론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고객이 얻는 가치에 가격을 직접 연계하는 시범 프로그램 도입으로 이어졌다. 시칠리아는 해당 프로그램이 “가격을 고객이 창출한 성과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분기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33개 조직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토큰 경제의 종말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 수석 애널리스트 산칫 비르 고지아는 오라클의 성과 기반 AI 과금 도입을 토큰 경제(token economics)의 종말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지아는 “토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다 이해하기 쉬운 상업적 인터페이스 뒤로 감춰지고 있을 뿐이다. 사용량을 측정하는 계량기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돌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접근 방식 자체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토큰 기반 과금은 기업 예산을 수립하기에 매우 부적합한 방식이다”라며 “어느 기업도 택시 미터기처럼 계속 올라가는 비용을 기준으로 전략적인 AI 로드맵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에이전트형 워크로드는 단순 작업보다 최대 1,000배 많은 토큰을 소비할 수 있으며, 동일한 작업이라도 실행 방식에 따라 토큰 사용량이 최대 30배까지 차이 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고지아는 오라클의 강점으로 기업의 핵심 업무 데이터와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고지아는 “오라클은 프롬프트와 결과만 볼 수 있는 벤더보다 훨씬 신뢰성 있게 성과를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위험도 시작된다. 성과 기반 과금은 더 깔끔해 보이지만, 공급자와 심판 역할을 같은 업체가 맡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업계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사실상 과금 모델의 재포장 과정이며, 궁극적으로는 하이브리드 과금 체계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지아는 “청구서에서 토큰이 사라지더라도 내부 시스템에서는 계속 사용될 것이다. 중요한 질문은 토큰의 복잡성이 사라졌느냐가 아니라, 그 복잡성이 어디에 숨겨졌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 자문 연구원 스콧 비클리는 이 같은 모델이 결국 CIO들이 지향하게 될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비클리는 “무엇에 비용을 지불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훨씬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 기업은 사용량 기반 라이선스 모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비클리는 “토큰은 사실상 블랙박스에 가깝다. 실제로 무엇을 구매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모델마다 토큰 소비 방식도 다르다. 게다가 기준 자체가 계속 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클리에 따르면 특정 질의나 프롬프트, 또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소비되는 토큰 수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SaaS 벤더들은 토큰 개념을 AI 작업 단위(AI Work Unit), AI 크레딧, AI 액션 또는 에이전트포스 액션(Agentforce Action) 등 각자의 방식으로 추상화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비클리는 지적했다.
비클리는 “여전히 사용량이 어떤 방식으로 특정 행동이나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기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복잡성을 완전히 감추고 일정한 가격에 원하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면, 경쟁사 대부분보다 훨씬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지아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CIO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메시지로 오라클의 전략적 전환을 꼽았다.
고지아는 “오라클은 더 이상 AI를 이야기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다. 산업 규모의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채 부담과 실행 리스크도 함께 떠안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CIO들에게 투자 확대와 실제 성과 창출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고지아는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것은 순진한 접근이다. 현재 AI 산업의 진짜 병목은 더 이상 GPU가 아니다. 전력 공급, 인허가, 그리고 정치적 환경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실적을 AI 인프라 관점에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고지아는 “이번 실적은 AI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 오라클이 기업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특히 데이터베이스 사업 성과가 그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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